R's 게임 리뷰

'미친' 게임 <파크라이3>



우리는 살면서 '광기'를 가진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구요? 살면서 우리는 정말 광기를 가진 사람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이미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정싱병으로 분류하고, 병원에 수감시키거나 보호관찰을 하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어 흉악한 일을 저지르거나 반은 광기에 사로 잡혀 미쳐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그런 미친사람들을 벌레처럼 취급합니다. 심지어 만나본 적이 없음에도요.


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광기를 가진 사람들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는지 생각해봐야합니다.

아주 날 뛰고 모든 것을 부셔버릴만큼 단단히 미친 사람을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자,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렇다면 이런 미친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있는 어떤 외딴 섬에 당신이 표류 된다면,

그리고 같이 왔던 친구들의 생사도 모른채 그들을 구하기 위해 이 미친 사람들을 해쳐나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습니다. 










파크라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비행자격증을 딴 남동생을 축하하기 위해 제이슨의 형과 여자친구, 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모여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마지막 코스로 모두가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준비한다.

끝내주는 기분으로 스카이다이빙을 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외딴 섬에 표류되고 만 것.


그 외딴 섬에는 어떤 무리들이 사람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고 있었고, 자신과 자신의 형 역시 위험에 처한 상황.

제이슨은 형과 함께 기교를 발휘해 탈출하지만 동생과 나머지 친구들의 생사조차 모른 상태일 뿐이다.


게다가 위험한 동물들과 언제 어디서 그를 다시 잡으러 올 무리들이 모르는 상황의 섬 한 가운데에서

제이슨은 이곳의 다른 주민들과 힘을 합쳐 그 무리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친구들을 되찾아야만 하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과 공포의 전작들



크라이텍에서 만들었던 파크라이 1편은 사실 많이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 게이머들을 흔들만큼 충격적인 비주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오픈월드라는 게임에도 불구하고 

퀘스트의 레벨 디자인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되어있어서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저 '닥돌'수준의 게임을 하게 되었었죠.


처음 섬에서의 그래픽에 모두들 놀라 우와 거렸지만 병사들과 마주하는 초중반에는 은신을 이용한 전투였다가 점점

난이도는 급격하게 올라가게 됩니다. 유저들은 바쁘게 모든 총을 수집하여 각종 탄환을 장비했다가 병사들을 만나면 

'쏟아부듯이' 총을 쐈고 허덕이면서 몸을 바다에 숨기고 도망가고가 일수였죠.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돌연변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투는 더더욱 알 수 없는 

극악의 난이도로 변했고, 나중에는 스토리상 아예 총기 제한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 펼쳐집니다.




 



파크라이 1편의 스토리 역시 마찬가집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람보가 되어가던 주인공을 그렸고 중간에 초반 분위기가 너무

확 다르게 변해버리는 이야기 구성 역시 유저들에게 몰입감을 주기엔 어려웠습니다. (이런건 아무리봐도 크라이시스 1편과 같네요)

즉, 파크라이3는 섬이라는 무대를 던져놓은 오픈월드 FPS로서의 가능성은 보였지만 사실,

오픈월드라는 것을 잘 활용하진 못했던 레일슈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섬은 단지 배경에 불과했고 방식은 여느 SF FPS와 같았으니까요. (게다가 후반에는 아예 제한된 공간에서 게임이 펼쳐집니다)

사실 이렇게보면 게임이 출시되던 당시 2004년, 어느 누구도 'FPS 오픈월드가 이래야만 한다'는 정의조차 모를 때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파크라이 1편은 그래도 슈터로서의 아주 충실한 기본기는 했던 작품입니다. 물론 엄청난 고사양이라 

라이트 유저들이 많이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펑펑 풀어줄만큼 '충실한 화력전'에는 뛰어났던 게임이었죠. 

오픈월드니 방향 걱정말고 마구 난사해라! 도망도 니 마음대로 도망가라! 라는 식의 전투는 정말 '신나게' 게임을 즐기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돌연 파크라이를 유비소프트가 가져가게됩니다.





 


 

'파크라이'라는 시리즈가 크라이텍에서 유비소프트로 넘어가자 파크라이는 정말 '오픈월드'로서의 장르를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크라이 2 악평은 많이 들었지 한 사람은 별로 없다' 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파크라이2는 훌륭한 리뷰 점수에도 불구하고

(8.5점) 판매량이 저조했고 비판도 많았죠. 특히 온라인 게임을 주로 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2편은 거의 졸망작이라는 수준으로

대차게 까였고 거의 게임들 사이에서 사장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지금도 베모사이트에 가보면 그 치열한 공방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파크라이 2는 말 그대로 '리얼리즘'을 표방한 게임이었습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주인공을 정말 '떨궈놓다싶이' 해놓은 듯한 이 게임은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에 걸맞지 않게 거의 시뮬레이션급 게임처럼 유저를 괴롭혔습니다. 총기가 중간에 고장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도 심심치않게 자주 고장이 납니다. 고장이나면 도구로 차량을 고쳐 타야만 했고, 총기가 고장나면 적의 총을 뺏어서 써야했습니다.

'와! 리얼한데?'라는 생각은 아주 잠시뿐, 게이머들은 곧 리얼함을 흉내낸 게임에 질렸고 황폐한 적붉은색 사바나의 색에 지루해지기 시작했죠.

 

게이머들이 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게임은 정말 게임일 때 재미있습니다. 자꾸 현실적인것을 게임에서 찾으면

반드시 진짜 현실과 혼동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질리고, 종국엔 게임답지 않다며 외면합니다.

그래픽이 너무 현실같으면 사람은 그 그래픽이 아주 별로라고 표현합니다.너무 현실과 닮아있는 그래픽은 뇌에서 진짜 현실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되죠. 그래픽이 진짜 현실을 따라잡을 수는 없으므로 그 그래픽은 곧 현실같지 않은 그래픽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곧 뇌는 '이것은 가짜다!'라고 판단해버리고 그 그래픽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부정해버리는거죠.


게임을 찾는 것은 실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고 그 곳에서 어떤 것을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대리만족 하게 되는 것인데 게임이 현실을 표방하게 되면 게임의 순기능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파크라이2는 방금 언급한 순기능의 반대되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나침반으로 목표를 찾고, 끊임없이 운전하며,

계속 리젠되는 적들을 죽여야했습니다. 스토리 역시 게이머들이 단순하게 좋아하는 스펙타클한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연출력도 최대한 자제한 듯 했던 이 게임은 결국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유저들에게 외면받은 작품'이 되어버렸죠.

 

제가 유비소프트를 좋아하기도, 그리고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비소프트는 타이틀을 낼 때 그 타이틀에 많은 실험을 합니다.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이뤄내죠. 다만 그것이 실제적으로 유저들이 플레이 할 때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별다른 전문적인 테스팅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3인칭 오픈월드로 이미 어쌔신크리드1편, 2편이라는 뛰어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FPS 오픈월드로서의 더 뛰어난 게임을 이뤄내야했습니다. 바로 그 첫 작품이 이 파크라이 2편이었죠.

 

수많은 비판을 받은 이 파크라이2편을, 유비소프트는 계속 가져갈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크라이텍에게서 가져오긴 했지만 실패한 브랜드네임은 빨리 버리고 새 IP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타 제작사가 모두 하는 일입니다. 비록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는 멸시 받겠지만 제작사의 커리어에 흠집이 내는 작품을 

쳐내는 것은 그렇게 잔인한 일은 아닙니다. 파크라이 2편 역시 유비소프트에게 그런 타이틀이나 다름 없었죠.

 

파크라이에 비평을 쏟아내던 유저들은 당연히 유비가 그런 수순을 밟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저들의 허무맹랑한 야유에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비는 파크라이의 차기작을 다시 제작하게 됩니다.

그것도 독특하게도 어쌔신크리드 2편의 몇몇 크레이티브 디렉터들과 레이맨 시리즈의 리드 디자이너 몇몇을 넣기까지 하면서요.

 

(어쌔신크리드의 핵심 개발진이 모두 빠져나갔다는 말은 유언비어입니다. 어쌔신크리드의 제작팀은 시리즈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 말은 모두 맞는 말은 아닙니다. 어크 2편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2명이 파크라이 팀으로 이동했습니다)



 

 


 

파크라이의 새로운 시작, 이것은 리부트라고 보아도 상관없다


 

게임 정보에 민감하고 빠르게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이미 파크라이 3가 훌륭한 리뷰점수를 받으며

"총을 든 스카이림"이라는 칭찬을 받은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 너무 뛰어난 게임이라 고티 후보에 지정되지 않아

많은 팬들에게 고티 선정 사이트에 항의도 올라갔다는 사실도 알고 계실겁니다. 지금까지 전작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희귀한 현상에 재미를 느끼셨을 수도 있겠죠. 


"아니 그 별로였던 파크라이 2편의 후속작이 고티 후보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일단 처음으로

느껴지는 기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놀라울정도로 섬세한 정글의 표현은 게임을 하는 내내 실제로 정글에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다!




정글에 있는 느낌, 뛰어난 공간감


파크라이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정글의 표현력"과 "그래픽"을 빼 놓으면 안될정도로 두 수식어는 이젠 파크라이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1편에서 전 플랫폼들을 뒤집을만한 '그래픽만'으로 충격을 주었다면 2편에서는 황폐한 아프리카의 '표현력'으로 

그 대명사를 이어갔고 이번 3편에서 파크라이는 '크라이시스'에게 내주었던 "정글 표현 그래픽" 모두를 다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섬세하게도 일반 풀부터 시작해서 야자나무의 나이테, 바다, 바다 속, 밤 하늘, 햇빛의 표현, 나무잎으로 쏟아지는 노을 같은

정글의 모든 면이 이 게임에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그래픽에 있어서는 몇 마디를 해도 아깝지 않을정도로 훌륭하죠!


무엇보다 정글이라는 느낌도 느낌이지만 수풀이 우거진 섬을 굉장히 잘 구현해냈습니다. "계속 정글 속에 머무르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게 되는 플레이 시간동안 내내 '아 이런 곳으로 놀러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그래픽 뿐만이 아니다, 연출력의 힘


많은 사람들이 파크라이3를 이번 년도 최고로 뽑는 이유는 바로 스토리의 몰입력에 있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를 얼마나 빠르고 깊게 게임에 몰입하게 하느냐인데, 

파크라이3는 그 기본기를 아주 충실하게 해내죠. 마치 잘 짜여진 여름용 블록버스터를 보는 느낌입니다.


초반 이런저런 이야기를 빠르게 영상으로 대체 설명하고, 제이슨이 잡혀있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게다가 그냥 잡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옆에는 정말 '또라이'같은 인물이 그들을 데리고 미친 소리를 해댑니다.

그냥 일반 적 병사가 아니라 '이 새끼 단단히 미친새끼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 주는 압박감에 플레이어는 

쉽게 상황에 몰입하죠. 정말 단단히 미친새끼라는 적이 사라지자 사건은 지체되지 않고 바로 탈출하는 것부터 미션이 시작됩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아주 뛰어난 효과를 나타냅니다. 


요즘 게이머들은 옛날과 같지 않아서 처음부터 쏼라쏼라 상황이 어찌되었고 뭐가 어찌되었고 누가 어찌되었고...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을 지루하게 여깁니다.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데 게임의 배경 설명하느라

한참을 구구절절 떠들거나 컷신만 계속 이어진다면 플레이어들은 컷신 스킵버튼을 연타하고 말겁니다.


파크라이는 그런 게이머들에게 거의 완벽한 시작입니다. 15초정도 되는 짧은 오프닝 영상이 지나가면 바로 상황에

놓여집니다. -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부터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시작한다 - 라는 법칙은 요즘

영화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이런 연출력에 힘입어, 초반에는 정말 계속해서 사건이 몇초마다 터집니다. 

처음 플레이만해도 교묘하게 그런 장치들이 계속해서 나오는걸 볼 수 있습니다. 제이슨의 형이 그를 풀어주기 위해

적을 죽이고, 긴장감 있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때 개가 짖어서 서스펜스를 조절하거나, 적들을 피해 오두막으로 들어가자

잠들어 있던 적이 깨어나 들키려고 하고, 도망치는 줄 알았더니 들키고, 뛰는 도중에 적이 갑자기 덮치는 등, 조그만 사건이 계속 몰아서 치게 되죠.


플레이어는 플레이하면서 이런걸 잘 못느끼지만 이러한 연출적 장치들이 

게이머를 몰입하게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모릅니다. 사건이 계속되는 게임. 부정할 수 없는 뛰어난 몰입감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파크라이는 초반의 몰입감으로 플레이어를 게임에 잡아두더니, 이번에는 '환상'이라는 컨텐츠로

플레이어가 혹여나 가질 수 있는 지루함을 깨끗하게 날려버립니다. 게임이라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연출이 총 집합되어 있는 느낌이죠.


상징화 되어 싸우거나, 환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풀들이 자라나고 빛이 번쩍이고 색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등,

시각적인 쾌락을 전달하면서 게이머에게 스토리를 주입합니다. 이러한 연출력은 1인칭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시에도 그 빈도가 굉장히 잦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플롯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연출이 끝없이 몰아치는

게임은 거의 없다싶이 했습니다. 영화에 익숙한 요즈음의 우리들에게 파크라이3는 안성맞춤 스트레스 해소 게임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스토리



사실, 연출력이 뛰어나지만 파크라이3는 좀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간단 명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알 수 있는 이야기에 점점 선택을 해야하고 변해가는 입체적인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변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부족합니다. 원주민들이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쳐주고

성장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하지만 주인공이 역으로 해야하는 일들은 설득력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단순히 친구들과 동생을 찾겠다는 제이슨이 주민들의 전사가 되는 과정을 연출로 밀어붙이고 있으나

연출상으로 잘 구현을 했을 뿐이지 이야기 알맹이 자체는 허무맹랑하거나 판타지스러운 면모도 보입니다.


게다가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이 원주민 전사들의 행동은 행동에 주체가 없습니다. 섬은 스토리상 알 수 없는 어느 외딴 곳이라고

나와 있으나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동남아시아 계열의 인물들입니다. 거기에 몇몇 인물들만 백인과 흑인들이 있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그들의 뿌리는 또 중국과 일본문화를 합쳐놓은 이들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제일 큰 문제는, 중간에 주인공이 나침반의 부품들을 모으는 미션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필요 이상을 길고

몰입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나침반의 존재 자체에도 의구심이 들정도로 이상한 상황에 주인공은 너무 쓰잘때기 없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이죠. 물론 그걸 시키는 사람이 주인공 제이슨이 원하는 친구의 행방을 알고 있다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이끌려다닙니다. 게임의 플레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장치라 생각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이므로 말할 수 없으니 그만하고, 결과적으로 정리한다면 이러한 환경 가운데 떨어진 주인공이,

그들에 대한 보답으로 행동하는 주체적인 일들과, 변화를 위해 그들과 섞이는 과정이 그렇게 유기적이지 못하다는거죠.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해나가면서 '게임이니까'라고 용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스토리에 있어서 예민한 사람들은 반드시 따지고 들거나 지적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이 아니다 광활한 오픈월드



그렇습니다. 파크라이3는 사실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타 오픈월드 게임과는 다르게 확실히 스토리에 

강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파크라이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넓고 탁트인 오픈월드입니다.


도시를 구현한 GTA나 어쌔신크리드와는 다르게 파크라이는 '섬'이라서 비교적 '자유롭고 탁 트인'느낌이 더 강합니다.

무엇보다 맵을 돌아다니면서 뛰어다니는 동물들, 서성거리는 적들, 변화하는 시간, 자연풍경들을 바라만 봐도 시간이 잘 가죠.

오픈월드 게임에 도가 트다못해 아예 오픈월드 전문 제작사로 거듭나려는 듯한 유비소프트의 모든 기술적 집합체로 탄생된 느낌입니다.


 





유저의 편의성을 한껏 고려해서 만들어진 상점 시스템은 정말 칭찬할만 합니다. 다른 여타 오픈월드 게임들은 무기를 장비하거나

구입하려면 지정된 상점에가서 구입을 해야만 했습니다. 때문에 그러한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되곤 했죠.


하지만 파크라이3는 다릅니다. 자신이 점령하는 구역마다 은신처가 생기게 되는데 상점이 이 은신처마다 있습니다.


즉, 플레이어는 돌아다니면서 은신처만 만들어도 맵에 서른 곳이 넘는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플레이어는 상점을 찾기 위해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굳이 빠른이동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일정한 간격마다

상점이 있는 은신처를 발견하게되고 사용할 수 있죠. 물론 빠른이동도 은신처마다 가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총을 바꾸고 싶다면

맵을 열고 은신처로 뿅! 이동해서 로딩하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상점에서 띠링!하고 총을 사고 다시 맵을 열어서 있던

위치 근처의 은신처로 다시 뿅!하고 이동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워낙 맵이 크다보니 쓸 때 없이 플레이어가 소비하는 시간들을 줄여주면서 오히려 빠른 게임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요소에 플레이 타임을 늘리게 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만 그런걸 떠나서 (파크라이2에서 먹은 모든 욕) 

참으로 플레이어에게 쉽고 간단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총의 종류도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커스터 마이징이 가능해서 원하는 무기에 원하는 추가 부품들을 달 수도 있습니다...(만은

사실 총 마다 성격이 뚜렷해서 들고다니는 총이 거의 변화없이 고정이 된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무슨 소리냐, 게임에서 은근히 은신잠입을 권장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면 이해하실거라 믿습니다.







동물들을 죽여서 가죽을 수집하는 것이 단순히 돈벌이가 아닌, 주인공이 가지고 다니는 백들 (......슬롯가방이나 지갑의 업그레이드 같은)

업그레이드 용으로 쓰인다는 점도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에 목적의식을 부여하면서 플레이어가 맵을 자주 

이동하게 만들고 동물들을 찾아가니게 만드는 요소는 아주 좋은 플레이타임 늘리기 작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기를 더 들고 다니고 싶으면 무기를 꽂을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매번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필요한 동물의 가죽이 달라지므로 한가지 동물만 계속 잡을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그 조건에 맞는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선 맵을 밝혀야하고, 맵을 밝혀도 아주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 결국은 발품을 팔아

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그런 가방의 종류가 굉장히 많아서 (몸에 뭔놈의 힙색을 치렁치렁 달고다니는거냐) 

동물 사냥에 지루함을 주지 않는 것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이 것의 반대효과는 가방을 모두 다 만들고나면 

정말 동물들은 시선따위 주지 않는 배경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죠.







부가미션의 거의 없다 싶이 한 것이 아쉬움. 하지만 지역 은신처 점령으로 달래보는..



뛰어난 오픈월드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만 게임 플레이의 요소는 많으나 정작 임무는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부가 미션이라고는 "치료약 배달", "수배자 암살', '헌팅 미션' 이 3개가 다 입니다. 이 미션들이

20개나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존재합니다만 종류가 3가지 뿐이라니 사실 아쉽습니다. 


아쉽다면서 더 나은 제안을 선뜻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사실 섬이라는, 정글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 미션이라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미니게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사실 이 미니게임들은 메인미션의 곁다리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지요.



하지만 또 이것들을 덮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지역 은신처 점령입니다. 

각 구역마다 적들의 은신처들이 있고 이 은신처를 점령하면 언급되었던 빠른 이동 시스템을 가진 자신만의 은신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에서 가져온 시스템인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 지역 점령이 앞서 말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커다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콘텐츠는 단순히 은신처 점령뿐만이 아닌 여러가지 방식을 유도합니다.

특히 은신암살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부여하므로 게이머는 닥돌로 이 모든 적들을 죽이느냐,

아니면 한번도 안들키고 적들을 죽이고 알람을 해제하느냐에 따라 '경험치'를 달리 받습니다.


물론 후자가 더 많은 경험치를 받기 때문에 어찌보면 은신암살을 권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정말로 플레이어 마음대로 하는 것이므로 크게 영향은 없습니다.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에서는 그냥 단순히 적들을 죽이고 그 구역을 점령해서 맵을 밝히는 요소로 나왔다면

파크라이에서는 주인공의 레벨업에 커다랗게 관여하는 중요한 포인트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죠.


가진 기술을 사용해서 어느 루트로 잠입하냐에 따라 그 진지를 공략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알람을 먼저 멀리서 스나이퍼로 고장을 나게 하느냐, 아님 들어가서 몰래 손으로 끄느냐에 따른 

수많은 경우의 수는 플레이어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하도록 합니다. 때문에 일부러 재도전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너무 많이 실패하면 에라이! 하면서 그냥 총으로 갈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즉 점령하는데에 있어서 여러 방식을 주어주면서 플러스로 경험치까지 차등하여 주니 

게임 컨텐츠로서 훌륭하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원래 이 시스템을 사용했던 어쌔신크리드보다

더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특히 호평을 받을만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카메라라는 것을 이용해서 적들에게 마커를 찍어놓고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 있게 해놓은 것도

라이트 게이머들 역시 고려했음을 잘 알려주는 요소이죠.




점령이 완료되면 원주민 전사의 깃발이 올라간다! 점령은 내가 혼자 다했는데 대체 왜???


레벨이 오르면서 배우는 암살 기술들이 참으로 찰지다

 

'총을 든 스카이림?' No No... '총을 든 어쌔신크리드'

 

제가 파크라이3에서 유일하게 굉장히 안좋게 보는 요소는 바로 이겁니다.


이번 파크라이 3는 누가봐도 어쌔신크리드의 대부분의 요소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잘 발전시켰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라디오타워를 올라가서 주변의 지역을 밝히고 그 근처의 임무를 가능케 하는 이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어쌔신크리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뷰포인트 시스템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것 말고도 역시 앞에 말했던 은신처 (진지) 점령 역시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가 해냈던 뛰어난 컨텐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들이 파크라이3에 오면서 굉장히 발전되고 또 파크라이에 맞게 변형되어 적절하게 쓰인 것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파크라이3를 오픈월드로서 할 것이 많은 컨텐츠로 변모하는데 꽤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만! 이 요소들이 어쌔신크리드에서부터 오면서 반대로 어쌔신크리드의 것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라디오타워를 점령하면 주위 맵이 밝아지고 숨겨진 미션들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막 가져올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같은 자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점이겠지요.

즉 서로 좋은 시스템은 공유하면서 어찌보면 제작사 수하의 게임을 공통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긴한데

반대로 이 시스템을 가졌던 원 게임은 오히려 퇴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하게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팬으로서도 화가 납니다만 (좋아하는 게임의 정체성이라 불렸던 유일한 시스템이 뺏겼다는 생각도 들고)

이건 좋지 않은 컨텐츠의 공유 예라고 생각합니다.



각 게임은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눠지게 되버리면 서로 색깔이 비슷해지는 역효과가 납니다.

(다른 제작사가 벤치마킹 해서 변형한 것도 아니고 같은 제작사가 이 시스템 좋으니까 다른 신작에도 쓰자!라고 막 쓰다니)

파크라이3의 라디오타워는 어쌔신크리드의 뷰포인트를 거의 똑같이 배껴왔습니다. 벽을타고 올라가는 어크와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파크라이는 다른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똑같습니다. 라디오타워를 작동시키면 카메라가 360도 돌면서 지역이 보여지는 것도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같습니다. 각 게임의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일을 자회사가 알아서 해주다니 파크라이를 재밌게 하는 유저이자

어쌔신크리드의 팬으로서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개발중인 페르시아의 왕자 리메이크 스샷을 보면 어쌔신크리드와 거의 80%가 흡사하고,

왓치독스라는 신작에도 어쌔신크리드 2편부터 존재한 스토킹존 아이콘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어찌보면 제작사가 같으니 요소나 좋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게임도 이 요소, 저 게임도 이 요소를

가지게 되면 원래 그 요소를 가지고 있던 게임의 색깔이 바래지는거죠.


지금의 어쌔신크리드 3편의 뷰포인트는 오히려 퇴화되어서 욕을 잔뜩 먹고 있고

전작들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파크라이는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신뢰의 도약이로군! (어쌔신크리드의 자체라 말할 수 있는 "신뢰의 도약"이 이런식으로 언급된다!)




과연 이게 옳은 공유일까요?

만약 서로의 시스템 기술을 공유하다가 가져간 쪽이 더 인정받고 유명해졌을 때,

원래 그것을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던 게임이 되려 흉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순간

두 게임 모두 좋은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을 겁니다.


파크라이 3를 리뷰했던 유럽의 모 게이머 기자가 말했던

'파크라이3에 라디오 타워와 진지(은신처)점령이 없었다면 다른 게임들과 같은 그저그런 오픈월드 같았을 것'같은

비아냥거림이 마냥 원색적인 비난은 아닐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맵 크기, 그리고 날씨



어쌔신크리드의 빠돌이 같은 불평은 접어두고 파크라이3의 또다른 강점은 바로 어마어마한 맵 크기입니다.

맵의 크기가 너무나 커서, 사실 이 리뷰를 위해 한번 측정하려고 순수하게 달려서 첫번째 섬 최좌측부터 최우측까지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중간에 졸았습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첫번째 섬만 그렇다는 점! 게다가 두번째 섬은 첫번째 섬보다 약간 더

큽니다.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수 많은 은신처 빠른 이동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고, 해상으로 보트를 타고 쭉 돌아거나,

행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같은 시원하게 섬을 탐험하는 요소도 들어있습니다. 




이게 겨우 첫번째 맵 크기다.


첫번째, 두번째 맵 크기에 더해서 + 멀티와 코옵이 이뤄지는 섬은 아예 또 따로 있다!



맵이 넓다보니, 현장감이 살아나고 다양한 이벤트들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참 돌아다니다가 원주민 전사들과 적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또는 레오파드나 호랑이들에게 물려죽는 적들도 볼 수 있죠. ^^ 

가장 제가 충격적으로 본 것은 어떤 마을을 지나치는데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 가 봤더니 거대한 야생 도룡뇽이 
마을 곳곳 집마다 문을 밀고(!)들어가서 아녀자들을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재밌는 상황들이 곳곳에 펼쳐지므로
 
그냥지나치기에는 파크라이 3가 만들어놓은 섬이 아까울 정도죠.






물론, 반대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파크라이3에는 아침, 점심, 저녁, 비 오는 날 이렇게 시간의 변화와 날씨가 존재하는데,
시간의 변화는 그렇다치고 사실 비가 오는 날의 효과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습니다비가 오지만 날씨만
흐릿하고 비도 그냥 오는구나하는 정도일 뿐, 정글 속에 내리는 우기와 비슷한 장대비를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번개도 치면서 수풀사이를 천천히 이동해 적을 죽이거나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는 점이 드라마틱한 게임플레이를 꿈꾸는 유저들에겐 그저 아쉬울 뿐이죠.
(
사실 때에 가까운 아쉬움입니다. 차기작에는 그런 분위기도 더 강조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안개가 가득 낀 정글의 새벽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파크라이의 8할은 캐릭터에 있다

 

파크라이는 사실 캐릭터로 모든 것이 휘둘리는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의 캐릭터가 굉장히 특이하고 걸출 하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뛰어납니다.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일행 말고는 모두 광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그 캐릭터들만의 성격자체가 특출 나고 굉장히 잘 표현되어있기 때문에 (물론 몇몇 캐릭터는 필요 이상으로 Over 되어 있습니다만)
스토리에 깊게 몰입하지 않아도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 중에, 게임 시작부터 게임 종반까지, 아니 게임을 끄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날만큼 매력적인,
말 그대로 순수한 광기바스를 예를 들어보죠.




바스는 게임 극 초반부터 등장하여 중후반까지 캐릭터의 생사를 가지고 놀고 또는 조롱합니다.
 
일부러 도망가라고 주인공 제이슨을 놓아주기도 하고, 그가 천천히 고통 받을 수 있도록 단발에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르게 느껴지는데, 그가 제이슨을 만날 때마다 말하는 광기에 대해서 듣다보면 누가 정상이고
누가 미친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그가 펼치는 반사회적 논리는 기가 막힙니다. 사실 사이코패스가 보기에 모든 정상인들은 비정상이죠.

정상이란 범위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그리고 정상적이라는 표본 아래 정확히 살아가는 사람은 있을까요?
바스는 어쩌면 아주 비정상도, 그렇다고 아주 정상도 아닌 모습으로 이 섬에서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외지와의 소통이 차단되어있거나 극히 적은 섬에서 자신을 따르는 다수의 무리들과 힘과 권력을 가진 자가 과연 정상일 수 있을까요?
 
어쩌면 파크라이의 이 섬에서 가장 정상적인 것은 바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스는 그런 캐릭터 성만으로도 뛰어난 올해의 캐릭이지만, 사실 바스를 연기한 마이클 맨뛰어난 연기력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퀘벡출신의 TV와 연극배우를 겸하고 있는 마이클은 '파크라이 3'섭외를 받자마자 바스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시나리오상 바스의 과거가 모두 밝혀지는 후반 부분부터
대본을 읽기 시작해 거꾸로 대본을 외워가며 연기했다고 하는데, 이유는 모든 것이 여실히 들어난 바스의 본 모습에서부터 출발,
그것을 꾹꾹 참고 정상적인 연기를 하는 초반부의 바스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니 그가 얼마나 캐릭터를 위해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죠!

 

사실 바스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더 말하면 (당연히) 스포일러가 되므로 부가적인 말들은 밑에 언급될 주인공 제이슨에게서 더 하겠습니다.

 


시트라는 이 게임의 주요 키를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이국 여자입니다. 제이슨이 도움을 받게 되는 라키얏 부족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 (라기에는 너무 어립니다만) 제이슨이 라키얏 전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는 역할로 나옵니다.
시트라는 그 자체로 참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미모도 미모지만 그녀가 머릿속으로 가지고 있는 순수한 욕망이 제이슨과 충돌하면서 나오는
묘한 에너지는, 반드시 이 섬에서 생존해야하며 친구들을 구해야만 한다는 제이슨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때문에 그녀가 가진 욕망은 을 회복시키려는 광기로 나타납니다. 제이슨은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녀를 찾고, 그녀는 섬을 위해 그를 찾습니다.
그것은 때론 사랑과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되지만 그것과는 다릅니다. “사랑과 광기는 놀랍도록 비슷하다라고 했던 영화 매트릭스의 명대사가 떠오르기도 하죠.

같은 섬의 사람인 바스가 섬에서의 삶(생존)에 있어서 정상적이고 순수한 광기를 가지고 있다면 시트라는 다른 방식으로 섬을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섬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이 광기처럼 변해버린 것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게임 내에서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던
캐릭터 시트라의 드라마가 너무 짧은 관계로 그 매력을 느끼는데 기간이 짧다는 것이 분명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분명히 제이슨이나 바스, 또는 데니스처럼 더 그녀 자체에게 투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쓸 때 없이 나침반 모으는 것만 줄였어도

 

 

여 주인공인 리사 스노우는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입니다. 그녀에게는 단순한 욕망이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 제이슨과 함께
이 지옥같은 섬을 탈출하는 겁니다. 그게 다에요. 그래서 그녀는 제이슨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나약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제이슨의 나약함 역시 어루만져주려고 합니다
게임에서 가장 선형적이고 변함없는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그리고 그 변함없는
캐릭터가 게임내내 바뀌는 제이슨의 여자친구로 나온다니, 딱 봐도 제이슨의 변화를 극적으로 더 나타나게 하는 역할인 것 같죠?

다만 리사라는 캐릭터가 조금 더 강력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선형적인 캐릭터로서 변화하는 주인공에게
강력하게 압박을 줘야하는데, 리사 성격 자체가 유들유들하고 연약한 터라 그런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그저 이쁘기만 해ㅇ...




초반의 나오는 다니엘 역시 선형적인 캐릭터. 그의 욕망은 이 섬에서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 중 가장 순수하다고 볼 수 있다.

미치광이 박사로 나오는 엔하드박사의 캐릭터는 사실 아쉬운 편. 좋은 캐릭이지만 유일하게 버려지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좋아하는 (제이슨의 형 여친) 데이지. 제이슨의 친구로서 리사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



주인공 제이슨, 그가 겪어야 할 모든 것


파크라이 3의 리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캐릭터는 바로 '제이슨'입니다. 게임 내내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주인공으로,

마치 프레이의 주인공을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게임 '프레이'에서 인디언으로 나오는 주인공은 외계인들에게 잡혀 여자친구와

할아버지를 뺏기게 됩니다. 그들을 구해야하고, 그리고 지구로 다시 탈출해야합니다. FPS 주인공들이 그간 묵묵부답인

말 없는 캐릭터였던 것과는 달리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캐릭터로서 플레이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했었는데요,

(프레이를 해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인공이 욕하고 광발하는 걸 따라하게 되는..)

한 동안 그런 캐릭터 중 눈에 띄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여기 제이슨 역시 비슷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오프닝과 엔딩을 놓고보면 정말 '엄청'나게 변해갑니다.

오프닝에서는 형과 탈출 할 때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이 굴더니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

원주민 주민들에게 살육 기술을 배우고, 적들을 처리해 나갑니다. 스스로 정당화까지 하면서 친구들을 구하던

제이슨은 곧 친구를 구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적들을 물리치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것은 신변에 대한 구조가 아닌, 이전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기 위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의 구조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여자친구 리사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내 스스로 뭘 해야할지 결정하고 있어'라며 말합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 후에는 도와준 원주민 전사들을 위해서, 종국엔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싸우죠.


이런 캐릭터 변화는 아주 오래 전 부터 영화에 쓰이던 소재이기도 합니다만, 최근 게임 내의 연출이 좋아지면서

'자아'가 붕괴되고 또 다른 자아를 만나게 되는 게임들이 심심찮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스펙옵스 더 라인'이 있겠죠.


하지만 참으로 아쉬운 것은, 이런 주인공의 변화와 '선택'이라는 기로에 플레이어를 서게 하려면 내용 전달과 함께

캐릭터의 몰입이 중요한데, 앞서 한 번 언급했듯 캐릭터가 너무 이끌려다니는 점도 없지 않아 있어 몰입이 안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과,

비 한글화로 인한 한국 게이머들이 이 과정들을 Skip 하듯이 넘기게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글화가 엎어진 것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시대극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게임도 아니긴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한글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광기를 가진 사람들을 마주할 기회


제이슨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변해갈 때, 바스가 이야기합니다. '광기'에 있어서는 너와 나나 같다고.
그들은 단지 갑과 을의 관계일 뿐, 방식도, 계기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목적"을 위해 변하다가 결국 변화의 '수단'에 집착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서로의 이야기가 잘 충돌 되어 있음이 참 재밌습니다. 이윽고 엔딩을 보게 되었을 때, (파크라이의 엔딩은 두 개)
어떤 엔딩을 보게 되었건,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씁쓸함"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물어볼까요. 우리가 살면서 '광기'를 가진 사람들을 마주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저는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도 제이슨처럼 변해가게 될까?
아니면 바스처럼 미쳐버리게 될까. 근데 생각해보니 스스로 저렇게 변했기도 해봤으며, 미쳐보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면 우린 광기와는 아주 멀리 동떨어져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머리를 하고 살아가기 때문이죠.

누구나 미쳐버릴 기회를 꾹꾹 참으면서 살아갑니다. 어쩌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죠.

여러분들은 정말 없었나요? 광기에 사로잡혀있던 순간이? 정말 누군가를 죽여버리겠어!하다가도 안돼..참아야지,라며

자신을 정말 급하게 식히고 안정시켰던 적이 없나요?


우린 매일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을 수 도없이 만납니다. 


Far cry from YOU.


당신과 전혀 다른, 당신과는 다른 또 다른 당신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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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이지만 게임을 아직 안해본 분들도 읽을 수 있도록 스포일러를 피해서 썼습니다.

2. 클리어한지는 꽤 되었지만, 할인 때 맞춰서 쓰느라 퀼리티가 엉망진창이네요.

3. 신년엔 원래 정글에서 노는 거 아니었나요? 지르세요!!

4. 반년째 쓰...쓰고 있는 어크 레벨레이션 리..리뷰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GM INFO - Far Cry 3 OST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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