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게임 리뷰

세 번째 위기 <크라이시스 3>




  데빌 메이 크라이와 데드스페이스 3 리뷰를 한참 쓰고 있는 중입니다만, 방금 보고 온 크라이시스 3 엔딩 장면을 보고나니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너무 나 커서 배설하기 위해 이 소감을 작성합니다. 소감에 앞서 이 소감문은 이제껏 많은 분들이 쓰신 

<크라이시스3>에 대한 혹평과 같은 맥락이지만, 굉장히 애정깊고 긍정에 가까운 간단한 소감문임을 밝힙니다.




세번째 위기


  크라이시스는 언제나 발매 후 커다란 위기를 맞습니다. 보통 시리즈 게임들은 첫 발매작이나 중간작이나 한 편정도는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작품을 내놓는 유래를(?) 보입니다만 크라이시스는 1편, 2편 모두 평단과 일반 유저들의 

공통적인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기술적인 부분 (엔진이나 그래픽 등)에서는 언제나 평단의 만장일치 최고점을 받고,

플레이 스타일 역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만 유저들은 조금 더 직접적인, 게임 플레이에 대해 비평합니다.


  1편은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엄청난 그래픽과 물리엔진 등으로 발매 전부터 수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고 그 가운데에

출시하게 되는데, 이것은 곧 플레이 하는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개인적으로 저는 1편의 초중반부를 가장 좋아합니다. 슈트를 이용해서 북한군 병사들을 담뱃갑 던지듯이 던져버리고,

투명으로 접근해서 암살하거나, 그들이 쫒아오지 못하는 스피드로 도주하고, 점프하는 플레이가 정말 스스로가 '나노슈트'를 

입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해주며 '우월감'을 주었거든요. 그러니 게임플레이가 신이나고, 적들을 우롱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픈월드니, 그런 나노슈트를 십분 활용해 어떤 경로(넓은 필드니 경로라고 말하기도 우습기도 합니다만)로든 침투해

원하는데로 적들을 요리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으레 그렇듯, 중후반부에서 외계인들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우월감에 휩싸인 플레이어는 다시 일반 병사와

같아집니다. '초 현대 나노슈트'를 입은 일반 병사와 같아지자, 유저들의 페이스는 [쉽다 ->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 도전!]

과 같은 일반적인 게임의 수순의 페이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월하다 -> 적들도 우울하다 -> 다를 것이 없다] 같은

페이스에 휩싸이게 됩니다. 




(하... 외계인들.. 찌발찌발..ㅠㅠ) 크라이시스 1편



  먼치킨 캐릭터 플레이에 좋은 게임은 캐릭터가 강해졌을 때 그보다 강한 특별한 존재가 나타나 캐릭터를 위협하며 

서스펜스를 조절합니다. 게임 후반부 쯤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능력과 무기를 습득할 때, 유일하게 플레이어를 

해할 수 있으며 캐릭터가 시간과 정력과 모든 능력을 투입해 잡아야만 하는 적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좋은 적이란 플레이어에게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아주 조금 더 강한 존재이며, 전면에 계속 등장하지 않고 잠깐씩 나타나 

긴장감을 주고 후반부에 플레이어에게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모든 적이 상향 조정되고, 가끔 슈트의 기능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이제껏 플레이어가 해왔던 행동에

제약을 걸고 중후반에 모든 적들을 상대할 때마다 노력해야하는, 마치 거꾸로 플레이를 하게 하는 듯한 방식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점점 이야기는 협소한 장소로 제한이 되어갑니다. 차라리 일반 게임들처럼 처음에 오히려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하나씩하나씩 풀리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이런 난이도 조절이 실패하게 되면서 크라이시스는 초반의 그 자유로운

플레이 방식이 후반에 힘을 잃고 맙니다.


  이것은 2편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라이시스 시리즈가 가지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나노슈트 활용인데,

크라이텍은 정작 자신들이 창조한 나노슈트를 유저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편에서는 난이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바이저'의 변경으로 꾀하지만, 정작 이 바이저는 나노슈트를 더 마이너스로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1편이 오픈월드였던 것과는 달리 2편은 일반 레일슈터같은 선형적 플레이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업그레이드 된

바이저는 플레이어에게 적들에 맞춰 몇가지 루트를 제공하고, 그 루트를 이용해서 매번 다르게 플레이하라고 권장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이런 일직선 플레이를 하면서 과연 전략적인 구성을 해서 총을 쏘는 유저가 얼마나 될까요? 

2003년 콜오브듀티를 시작으로 주어진 곳으로 이동하며 총을 쏴대다가 쏟아지는 연출에 입을 벌리고 보고는 다시 총 쏘는 것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유저들이 과연 여러가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3가지) 루트로 이동하는 방식의 플레이를

'고심'하면서 할거라는 기대는 커다란 우(愚)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은 2편의 놀라운 그래픽에 감탄했지만

곧 난잡한 레벨디자인에 (바이저를 쓰지 않고 그냥 진행하는 유저들에게는) 어렵고 짜증난다는 인식만 심어주었습니다.

바이저를 쓰지 않고 레벨을 통과하는 유저들은 바이저가 제공하지 않는 루트로 플레이 할 시 적들을 죽이기 어렵기만 했죠.

분명 좁은 맵인데, 엄폐할 곳도, 저격할 곳도 애매한 이 레벨 디자인은 대체 무언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으며 거기에 진행할 수록 

나타나는 외계인들까지.. 그것을 벗어나려고 나노슈트를 이용해도 돌아오는 것은 좁아 자꾸 들키는 맵, 그리고 그것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슈트의 조루 에너지였습니다.


 2편이 레일슈터로서 변화를 꾀했으나 레벨의 더 친절하지 못한 디자인으로 인하여 게이머들에게 '크라이시스는 재미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지금, 크라이시스 3편이 출시됩니다.




(감히 내 앞마당에 주차를 해?  크라이시스 2편


 



  불행하게도, 앞서 이야기한 단점들이 크라이시스 3편에 그대로 있습니다. 바이저로 루트를 제공하는 것이 사라진 대신,

바이저는 이번에 대신 셰프의 중무기들을 해킹하고, 마커를 표시해주며, 정보를 던져줍니다. 하지만.. 이번 3편은 맵이 커졌습니다.



  오픈월드급으로 한 스테이지 마다 맵이 커져버렸는데, 바이저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커 표시와 해킹입니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2편의 루트 권장 바이저는 이번 3편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3편의 마킹 및 해킹 바이저는

거꾸로 2편에 들어갔었다면.. 합니다. 맵이 좁아진 레일슈터 2편에는 이렇게 마커로 적을 표시해주고 해킹해서 적들의 시야를 돌린 후

길목을 빠져나가는 식으로, 3편은 맵이 넓으니 바이저가 여러 루트를 표시해주면서 은신하려면 최적의 루트는 이곳, 슈팅하려면

최적의 루트는 이곳. 이렇게 가이드를 해줬다면 맵을 이용하는데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째 맵은 커졌으나

바이저는 할 일이 없고, 딱히 해킹하지 않아도 충분히 큰 맵을 이용해 돌아서 침투할 수 있으며 마커를 찍지 않아도 적들이 듬성듬성

보이므로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는 것입니다. 다시 플레이어는 맥시멈 아머, 맥시멈 스텔스 이 두가지 기능을 가진 일반 병사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빛나는 



  위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단점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크라이시스는 레벨 디자인 빼고는 굉장히 준수한

슈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단점들은 '크라이시스'와 '크라이텍'이 만들어낸 기대에 반향하는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크라이시스는 그 어떤 게임들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이 비주얼 쇼크를 플레이어에게 안기고 있고, 크라이텍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의 분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내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엔진 홍보용'이나

'엔진 팔아먹을라고 만든 게임'이라는 정말.. 쓰래기같은 비난을 단번에 치워버리는 요소니, 크라이시스를 언급할 때 이 장점이

절대 숨겨지거나 평가절하되거나하면 안됩니다. 자신들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능력은 분명 엔진 제작사로서나

게임 개발사로서나 계속 칭찬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저는 게임을 평가할 때, 그 게임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평가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오로지 외모를 판단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래픽을 엄청나게 중요시여기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 비주얼 쇼크를 기대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크라이시스는

그 어떤 게임들과도 비교되지 않는 최고의 게임입니다. 항상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개개인의 평가 기준이 달라집니다만

크라이시스는 언제나 그 기준의 필두에 서 있는 게임이지요. 그것을 논외로 한다고 해도, 여전히 크라이시스 3편은 아주 준수한

슈팅 게임입니다. 많은 분들이 칭찬하시는 활의 매력적인 요소들이나, 여전히 좋은 소재인 나노슈트는 다른 게임들에게서는

전해지지 않는 묵직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등 뒤에 흩날리고 있는 살들을 시원스레 노출한 드레스 입은 셰프들도 여전히

크라이시스 세계관에서 친숙하고 좋은 적들이구요.)


  정말 이 게임에 알게모르게 조그마한 정을 가진 유저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게임을 조금 더 쉽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중반부부터 너무 쉽게 달아버려 의미가 퇴색해버리는 나노슈트 때문에 트레이너를 써서 에너지를 무한으로 만들었더니

세상에, 너무나 재밌는 게임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1편의 초반에 느꼈던 우월감과 함께 활 쏘는 재미가 확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물론 개인적인 설정을 해서 완전히 투명인간처럼 닥치고 다니지 않고 어느정도 하고나면 엄폐해서 투명모드를 풀고

다니고 했습니다만, 플레이 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쉬운 난이도일 수록 에너지 량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다구요. 과연 크라이텍이 원하는 나노슈트와 유저가 바라는 나노슈트의 기능적인 차이에 대해 크라이텍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아, 물론 레벨디자이너 새로 뽑는 것도 고심해보면 좋겠지요.








  길지 않은 소감문(이라기엔 벌써 굉장히 김)을 마무리 짓기 전에 마지막으로 크라이시스 3편의 최대 장점은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토리 자체가 너무 뜬금포 터져서 (설정이 뜬금포라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 사이의 점프가 너무 크다는 점) 초반 몰입이 힘든

것이 가장 커다란 단점중에 하나입니다만 엔딩 부분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메드로 시작해 알칼라인 건전지를 걸쳐

(미안해ㅠㅠ 2편 주인공아 ㅠㅠ 이름이 기억이 안나 ㅠㅠ) 프로핏으로 끝을 맺는 이 크라이시스 트릴로지는 엔딩에 와서야 정말

하고픈 이야기를 던져주고 끝이납니다.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라 적을 수 없습니다만, (스포일러 게시판이 따로 있다면 엔딩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진정 위기 속에서 나 자신은 누가 되느냐는 항상 고민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프로핏은 결정을 했고, 결정한 대로 자신의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들이며 감정적으로도 많이 이끌리는 장면들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혹시 크라이시스 3를 아직 플레이 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우리 플웨즈의 우라카타님이 연재하신 크라이시스 스토리를 읽고 플레이 하셨으며 하는 바램 때문입니다.

시리즈간의 간극이 너무나 큰 게임이라, 단순히 1,2편만 했다면 여전히 초반 몰입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반해, 우라카타님의

스토리를 읽고 플레이 한다면 몰입의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할 것이라 봅니다.



  설정덕후이자 스토리 덕후로서, 크라이시스는 정말정말정말 매력적인 세계관과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과

엔진, 불편한 레벨 디자인에 가려 오히려 빛을 못보는 안타까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 2편이 모두 한글화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때문에 스토리에 몰입을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대로된 리뷰가 아닌 소감문이라 정말 두서없는 

글인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만약에 싸이코를 필두로 한 워헤드 2편이 나온다면 크라이텍이 조금 더 유저 입장에서 

고심하고, 연구해서 언급한 것들이 개선되어져 더 좋은 게임으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왜냐면.......... 이유는 

크라이시스 3편의 프로핏의 대사를 인용하여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나노슈트를 가지고 너희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어!"












P.S


1. 집 사양이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중옵으로 돌린 스샷을 올려 안구테러를 할 수 없기에.... 스샷은 모두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2. 멀티가 꿀잼이라니 멀티를 한 번!


3. 개인적으로 싸이코의 그 두꺼운 Cockney 악센트를 안좋아하는데, 아니나다를까, 포럼에서도 듣기 싫다고 난리치고 있더군요. ㅎㅎ


4. 엔딩 스크롤, 쿠키 영상 있습니다.


5. 다음 데빌메이크라이, 데드스페이스 3는 Maximum 리뷰!이니 그 때 찾아뵙겠습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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